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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 - 이승희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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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김기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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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건 조회 4,663회 작성일 15-01-29 10:0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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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
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. 
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 
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.
 
 
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 
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갈 것이다. 
그리하여 결국 그냥
속에는 
그냥이 산다는 말이 맞다.  
 
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. 
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
그렇게. 
 
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.  
 
깊은 산그림자 같은, 
속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강물
혹은 
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 
다 그냥이다. 
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. 
그냥 그것들이 좋다.
 
 
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 
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.  
 
그냥 속에 살아가는 
당신을
만나는 일처럼. 
 
그냥 / 이승희
<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> 중에서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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